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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선택이론] 10. 투표의 역설[알아가자]경제학/[알아가자]공공경제학(재정학) 2025. 2. 25. 09:23
이번 시간은 공공선택이론의 첫 번째 시간으로 공공경제학에서 다루게 될 투표제도들을 살펴보고, 투표의 역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사회적 의사결정을 취합하는 사회후생함수의 근본적인 한계에 관한 애로우 불가능성 정리를 다룬 바 있는데, 해당 내용이 앞으로도 계속 나오므로 해당 내용은 사전에 익히고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적 의사결정 및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취합하기 위한 투표제도로는 만장일치제, 점수투표제/보다투표제, 최다득표제, 과반수투표제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의 내용에서 각 투표제의 의미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겠습니다.
1. 만장일치제(unanimity)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의견이 동일한 경우에 한하여 사회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신라시대의 화백회의가 대표적인 것으로 구성원 모두의 의견이 동일할 때에만 전체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 만장일치제에서는 결정된 사회적 의사결정은 참여자 모두의 후생이 최소한 동등하거나 개선된다는 뜻이므로 파레토 최적이 보장되며, 한 명이라도 반대할 경우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소수 의사의 보호가 가능한 장점이 있습니다.
- 하지만, 만장일치제에서는 모든 이의 의사표시가 필요하므로 의사결정비용이 크게 들고, 일부 구성원의 전략적 거부(veto)가 발생할 경우 비효율적인 의사진행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즉, 만장일치제는 모든 구성원의 동의를 받아야한다는 현실적 어려움때문에 현재 상태를 벗어나기 힘들 가능성이 높습니다(status quo). 이런 점에서 만장일치제는 대안 간의 비교가 모두 가능해야 한다는 완비성을 위배하게 됩니다.
2. 점수투표제(point voting)는 각 대안에 대해서 구성원들이 점수로 자신의 선호를 표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유사하게 보다투표제(Borda voting)는 각 대안에 대한 우선순위에 따라 정해진 점수를 표시하는 제도입니다.
* 보다투표제는 프랑스의 수학자 Borda에 의해 제안된 투표방식으로 최초에는 최하위에 0점, 그 차순위에 1점...과 같이 부여하는 방식이나, 여기에서는 순위에 따라 임의의 정해진 점수를 부여하는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 점수투표제/보다투표제는 개인이 각 대안별로 자신의 선호도에 대한 강도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선호의 강도가 반영되기 때문에 투표의 순서에 따라 사회적 의사결정이 바뀔 수 있는 투표의 역설도 방지하게 됩니다.
- 선호의 강도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들은 사회 구성원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표 참여자의 전략적 행동에 의해서 투표자의 선호 순서에 대한 변동이 없음에도 최적 의사결정이 바뀔 수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무관한 선택가능성으로부터의 독립(IIA) 조건을 위배할 수 있습니다.
3. 최다득표제는 여러 대안 중에서 가장 많은 구성원이 투표한 대안을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유사하게 과반수투표제(majority voting)는 대안들 가운데 절반 이상의 구성원이 투표한 대안을 선택하는 제도입니다.
- 최다득표제/과반수투표제는 비교적 간단하고 쉽게 의사결정이 가능하고, 다양한 대안을 동시에 고려할 수도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 하지만, 다수의 횡포(tyranny of the majority)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선호의 강도 반영이 안되기 때문에 투표의 역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과반수투표제는 절반 이상이 찬성해야 하므로 어느 대안도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경우 사회적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대다수의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최다득표제/과반수투표제는 선호의 강도가 반영되지 않아 나중에 배울 중위투표자의 의사대로 결정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다득표제 또는 과반수투표제가 현실에서 많이 활용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Tullock), △ 사회적 의사결정과정에서 고차적 근사치(high degree of approximation)를 통해 현실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고, △ 개인의 선호 분포가 그다지 이질적이지 않다면 다수결 투표는 이행성 공리를 만족하기 때문에 순환성의 모순이 제거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다수결 제도를 활용할 대 일정 비율 이상의 동의를 강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반수투표제와 같이 1/2 이상의 동의를 요구할 수도 있고, 국회의 경우 개헌 등 주요사항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2/3이상의 동의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최다득표제 또는 과반수투표제가 현실에서 다수결 제도로 활용될 때는 최소한의 찬성 비율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비율은 다음과 같은 경제학적 원리로 결정될 수 있습니다.
다수결 제도에서는 결정 과정에서 드는 절차적, 행정적 비용 등을 고려한 의사결정비용(decision making cost)이 발생합니다. 아울러 다수결로 결정할 경우에 이견이 있는 구성원들간의 갈등이나 집행과정에서의 충돌 등 외부비용(external cost)이 발생합니다. 최적 다수결 제도는 의사결정비용과 외부비용의 합이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최적의 다수결 수준을 결정하게 됩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의사결정비용과 외부비용의 합이 가장 낮은 E에서 최적 비율이 결정되며 그 비율은 n이 됩니다. 예컨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의사결정비용이 낮아진다면, DC는 아래로 움직이게 될 것이고 이는 최적 의사결정비율이 상승함을 뜻합니다. 또 다른 예로 사회 내의 갈등이 크게 나타나는 집단이라면 외부비용이 커짐을 뜻하므로 EC가 위로 올라갈 것이고 최적 의사결정비율이 전보다 커짐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투표의 역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투표의 역설(Paradox of voting)이란 투표 순서가 달라짐에 따라 최종적인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투표의 역설은 쉽게 말하면 각 개개인은 명확한 선호의 순서가 있어 이행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 전체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투표 순서에 따라 의사결정이 바뀌므로 이행성이 위반되는 현상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과반수 투표제 등에서 투표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는데, 투표의 역설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의사진행조작(agenda manipulation)을 통해서 특정인이 원하는 결과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표의 역설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의 예를 살펴보겠습니다. 사회 구성원 A, B, C가 대안 X, Y, Z에 대해서 대안별 선호 순서가 다음과 같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A : X > Y > Z
B : Z > X > Y
C : Y > Z > X
이제 대안들을 두개씩 서로 비교해보겠습니다.
1) 대안 X vs 대안Y : 대안 X
A와 B는 X를 Y보다 선호하므로 대안X가 선택됩니다.
2) 대안 Y vs 대안Z : 대안 Y
A와 C는 Y를 Z보다 선호하므로 대안Y가 선택됩니다.
3) 대안 Z vs 대안X : 대안 Z
B와 C는 Z를 X보다 선호하므로 대안Z가 선택됩니다.
따라서, 만약 대안 X와 Y를 먼저 비교하고 Z를 비교하면, 대안X와 대안Z를 비교하게 되므로 대안 Z가 채택되지만, 대안 Y와 Z를 먼저 비교하고 대안 X를 비교하게 되면, 대안 Y와 대안X를 비교하게 되므로 대안 X가 채택됩니다.
즉 어떤 대안끼리 먼저 비교하냐에 따라서 최종 의사결정이 바뀌게 되는 이 현상이 투표의 역설입니다.
투표의 역설이 생기는 이유는 각 개인들의 선호가 완전히 엇갈리기 떄문입니다. 위의 상황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각 사회 구성원의 선호가 다양하게 나타나는 다봉선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선호들을 주요한 두 가지로만 선호를 모으게 되면, 즉 단봉 선호로 바꾸게 되면 투표의 역설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데 단봉선호가 되기 위해서는 △ 복잡하지 않고 표준적인 볼록선호(convex preference)를 가져야 하고, △ 고정된 가격에 직면하고 있어야 함을 뜻합니다.
하지만, 위에서처럼 한 가지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에서는 단봉선호를 통해 투표의 역설을 해결할 수 있지만, 2개 이상의 안건에 대해서 다차원적인 대안 조합에 대한 의사결정이 있을 경우에는 단봉선호라고 하더라도 투표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음 다이어그램을 살펴보겠습니다.
위 다이어 그램은 A(파란색), B(초록색), C(자주색)의 이슈별 선호도를 무차별곡선으로 그린 것입니다. A, B, C로 표현된 점은 각 개인의 효용이 최대화되는 점(bliss point)이며 동심원 선상의 점들은 같은 효용을 제공합니다.
이 경우에는 각 개인의 선호가 단봉선호로 구성되어 있지만, 대안 X, Y, Z간에는 투표의 역설이 발생합니다.
1) 대안 X vs 대안Y : 대안 X
A와 C는 X를 Y보다 선호하므로 대안X가 선택됩니다.
2) 대안 Y vs 대안Z : 대안 Y
A와 B는 Y를 Z보다 선호하므로 대안Y가 선택됩니다.
3) 대안 Z vs 대안X : 대안 Z
B와 C는 Z를 X보다 선호하므로 대안Z가 선택됩니다.
복합적인 이슈가 발생할 경우에는 개인들의 선호가 단봉선호라고 할지라도 투표의 역설이 발생하게 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개인의 선호에 가중치를 부여하는 점수투표제 또는 보다투표제를 활용하여야 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중위투표자 정리와 호텔링 원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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