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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론] 행동경제학의 주요 사례들[알아가자]경제학/[알아가자]미시경제학 2021. 8. 15. 22:28
이번 글에서는 논의를 좀 바꿔서 행동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은 경제학의 기본적 가정인 '합리적인 인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시작되는 연구분야입니다. 특히 개인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이나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은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완벽하게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이 정말 현실경제에서도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이론인지에 대한 회의감을 많이 심어주었습니다.
여기서는 행동경제학에서 발견된 주요한 효과들을 위주로 나열하겠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참고하시되 더 궁금한 사항은 소개해드릴 책을 포함한 다양한 교재들을 활용해주시기 바랍니다.
1. 보유효과(Endowment effect)
보유효과란 어떤 물건이든 구매해서 자기 것이 되면 구매하기 전보다 그 물건에 대한 애착이 강화되어 그 가치를 종전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효과를 말합니다. 따라서 같은 물건이라도 남이 가진 물건보다 내가 가진 물건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게 됩니다.
만약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상대가 더 가치있는 물건을 가지고 있다면 바꾸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남이 가진 물건은 그 가치를 확인하는 작업을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물건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남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 겉으로는 더 높은 가치를 가진 듯 해도 불량품일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치의 불확정성으로 자신의 물건을 더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2. 단순노출효과(Mere exposure effect)
단순노출효과는 어떤 대상에 대해 좋거나 나쁘게 생각할 하등의 판단근거가 없음에도 일단 알고 있으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예컨대 우리가 모르는 분야의 제품을 산다고 했을 때 우리는 일단 이름을 들어본 브랜드의 제품을 사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단순노출효과라고 합니다. 이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익숙한 것을 찾는 성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기피하는 성향 또는 현상유지편향(Status quo bias)을 갖기 때문이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엔디안 본능
엔디안 본능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해서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이는 자신이 속한 국가, 사회, 조직, 부서 등에 다 적용가능하며 최소집단 패러다임에 갇혀 부서이기주의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4. 정박효과(anchoring effect)
정박효과는 처음에 언급된 내용 또는 최초 획득한 정보에서 크게 변하지 않는 효과를 말합니다. 만약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최초의 정보와 무관하게 제로 베이스에서 모든 판단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항상 최초의 정보를 기준으로 수정하면서 자신의 판단을 다듬어 나갑니다. 예컨대 협상을 할 때 보통 상대방과 나의 최초 제시안을 기준으로 간극을 좁혀가며 협상을 진행합니다. 어떤 주식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그 주식의 현재가를 기준으로 상승과 하락을 예측합니다. 또한 어떤 첩보의 진위여부를 판단할 때는 최초 첩보를 기준으로 추가 정보들을 활용해 수정,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가공합니다. 이렇게 최초의 내용에서 부분적으로 수정만 이루어지는(anchoring and adjustement)것을 정박효과라고 하며 우리가 보통 경험의존적 오류(Heuristic bias)라고 부르는 것의 한 갈래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이 정박효과는 실제 기업 마케팅에서도 활용하는데 예컨대 노트북이 애초에 150만원이라면 비싸다고 생각하겠지만, 250만원짜리를 150만원으로 할인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더 싸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래서 많은 백화점이나 할인매장에서는 다양한 명분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서 소비자가 싼값에 물건을 산다고 느끼게끔 해줍니다.
또한 상점의 물건 배치에도 영향을 주는데 예컨대 신발가게에서 모든 신발들이 20만원인데 A신발만 15만원이라고 하면 아주 싸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신발가게에서는 모든 신발들이 10만원인데 같은 A신발만 15만원에 판다면 아주 비싸다고 느낄 것입니다. 많은 소매점에서는 이런 심리를 바탕으로 재고율이나 주력 상품을 위한 상품 및 가격 배치 등을 정하게 됩니다.
5. 전망이론
전망이론은 개인이 경제적 손실과 이익에 대해서 느끼는 가치의 크기를 가리키는 이론으로 그래프의 모양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에서 몇 가지 전망이론의 함의가 있는데 ①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가치를 느끼는 기울기가 완만해집니다. 즉 기쁨과 슬픔의 주관적 효용은 그 경제적 이익과 손실의 크기에 정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체감합니다.
② 1번을 통해서 도출가능한 것은 우리가 이익에 대해서는 위험회피자의 특징을 가지지만, 손실에 대해서는 위험애호자의 성격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불확실성이론에서 다룰 때 위로 볼록하면 위험기피자, 아래로 볼록하면 위험애호자라고 했었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손실 구간에서는 아래로 볼록하므로 손실에 대해서는 위험애호자가 됩니다.
[소비자이론] 위험과 불확실성 이론의 개념 : https://fromonetoten.tistory.com/23
쉽게 말해서 만약 우리가 두 가지 게임에 직면한다고 했을 때
게임 A
1) 100%의 확률로 5,000만원을 받는다.
2) 50%의 확률로 하나도 얻지 못하거나 50%의 확률로 1억원을 받는다.
게임 B
1) 100%의 확률로 5,000만원을 잃는다.
2) 50%의 확률로 하나도 잃지 않거나 50%의 확률로 1억원을 잃는다.
게임 A에서는 우리는 확실한 이익을 얻기 위해 5,000만원을 받지만, 게임 B에서는 5,000만원의 확실한 손해보다는 50%라도 하나도 잃지 않을 확률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③ 절대적 크기를 보았을 때 같은 경제적 이득과 손실이더라도 손실에서 더 큰 효용감소가 있습니다. 우리는 손실회피성향이 있어서 이득보다 손실에 더 큰 가치를 둡니다.
이제는 우리가 여러 행동경제학의 효과들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행동경제학 게임 두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1.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
1980년대 독일의 사회학자 베르너 귀스(Werner Guth)가 고안한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두 사람 A, B이 각각 제안자와 응답자의 역할을 맡습니다. 이 게임의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100만원을 두고 어떻게 제안자와 응답자가 나누어 가질지를 제안자(A)가 응답자(B)에게 제안을 합니다. 응답자(B)는 제안을 듣고 이를 수락할지 아닐지를 결정하는데 수락하면 제안자의 제안대로 나눠가지게 되며, 거절할 경우 둘 다 아무 것도 얻지 못합니다. 만약 둘 다 합리적인 경제인이라면 A는 전액에 가까운 돈을 제시하고 B는 수락을 해야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B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A가 어떤 금액을 제시하든 자신이 0원만 아니라면 수락하는 것이 최적전략이고, A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자신에게 많은 돈을 할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게임을 진행해보면 제안자들은 보통 50%를 가장 많이 제시하며, 적어도 30% 이상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응답자들도 30% 미만이면 거절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50% 미만이면 무조건 거절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이 게임을 독재자 게임(Dictator game)으로 바꾸어 보기도 했습니다. 독재자 게임은 여전히 제안자와 응답자가 있지만 응답자는 제안자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습니다. 즉 응답자는 수락밖에 할 수 없는데, 이 경우 최적의 선택은 제안자가 모든 것을 갖는 것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응답자에게 한 푼도 주지 않는 제안자들도 있었지만 상당한 금액을 제안하거나 여전히 절반씩 나눠갖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행동기제에는 공정성에 대한 인간의 인식이 작동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항아리 게임
두 사람 A, B는 각각 100만원씩을 받고 시작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 사이에는 항아리가 하나 있는데 이 항아리에 자신의 돈을 집어넣으면 1.5배가 되어서 둘이 나눠 갖습니다. 이 게임에서 개인의 최적전략은 아무 금액도 넣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넣으면 넣은 금액의 0.75배만큼만 돌려받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에서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돈을 기부하며 평균적으로 가진 돈의 절반 정도를 기부했습니다. 이 결과는 사람들이 완벽한 익명성이 보장된 상황에서도 개인이 아닌 공동체의 이익을 고려하는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항아리 게임의 변형으로 이번에는 다수의 플레이어가 항아리에 돈을 넣을 수 있는데, 이때 자신이 가진 금액의 일부를 희생해서 타인의 자산을 감소시키는 징벌이 가능하다고 해보겠습니다. 이 경우에도 최적 전략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이지만, 일부 플레이어는 자신의 자산을 무임승차자를 징벌하는데 사용했습니다. 이런 행태는 단순한 합리적 인간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행동경제학은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호모 이코노미쿠스에 대한 가정이 비현실적임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경제학자들은 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 논박을 하는데 전통적인 경제학의 범위 내에서는 무임승차를 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공공재 공급을 통해서 사적만족(warm glow)을 누릴 수 있다는 점 등 다양한 변론을 하지만, 사실 행동경제학에 대한 근본적인 반론은 아니고, 전통경제학에 포섭하기 위한 시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전통적 경제학자들이 행동경제학을 비판하는 논거는 크게 ① 사람들이 실제 경제에서 하는 행동과 실험이라는 인위적 공간에서 하는 행동이 다를 수 있다는 점과 ② 일부 예외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결국 합리적인 인간이 최선인 방향으로 자연선택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행동경제학자들의 입장에서 이 두 가지 주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먼저 실험에서 나타나는 공정성, 이타심 등에 대한 감정은 실제 시장에서도 다수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컨대 주식시장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가질 것으로 보이는 주식이 나타나더라도 매도하고 새로 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주식을 보유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소위 비합리적인 행동이 금융시장에서도 나타나는데 이를 연구하는 행동금융학이라는 분야도 등장했습니다.
다음으로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자연선택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주장은 진화론에 대한 잘못된 오해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화론의 자연선택은 반드시 '최선의' 경로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떤 형질이 성공적인가의 여부는 그 존재가 가진 다른 형질, 다른 존재들이 갖는 형질 등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시장경제에서도 경제적 합리성이 생존에 유리한 형질이라고 하더라도, 합리성이 우리의 최종 경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공정성, 이타심, 분노, 공감, 매력 등은 여전히 시장경제에 남아있을 것이고, 우리에게 영향을 줄 것입니다.
위 내용에 대해서 더 자세하게 알고 싶다면 아래 책들을 비롯한 여러 행동경제학 책들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098431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4437600
책 리뷰는 기회가 되면 별도로 작성하겠습니다.
다음 글부터는 다시 시장조직이론으로 넘어가서 독점적 경쟁시장이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궁금하거나 지적할 사항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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